위험(Danger)이 아닌 위험(Risk)을 선택할 권리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0/10/21 [11:54]

위험(Danger)이 아닌 위험(Risk)을 선택할 권리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입력 : 2020/10/21 [11:54]

나: Show respect for small daily routines
그: I am friends with you, and you also show respect.
(구글 번역기는 언어의 장벽을 넘나 든다)

 

▲ 닉 부이치치 (Nick Vujicic | Nicholas James Vujicic)   

 

2년 전 닉 부이치치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분당신문] 나와 다른 장애를 갖고 있지만, 보편적 삶의 역사 속 다소 빗나간 부류라는 점에서 때때로 동질감을 느낀다. 그 동질감은 나와 같은 한 가정의 아빠이고, 놀기 좋아하고, 무대 위로 나서기 좋아하는 부분도 포함된다.

 

양팔이 없어도 드럼을 치는 모습, 자녀와 놀아주는 모습 등 일상의 모든 사건, 일상의 일들을 보편적 삶의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음을 보며 사실 그날의 대화에서 'Respect'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존경이 아니라 장애를 포장하며 감동을 주는 장애인으로서 존경이었다.

 

성경책을 입으로 열며 청중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던 그, 한국에서도 TV에 출연한 모습에서 첫 느낌은 사실 불편했고 상업적이었으며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미화되고 있는 한 장애인으로만 보였다. 나는 줄 곧 그를 비판하려고 애썼다.

 

닉 부이치치에게 불완전성이 존재하는가?

 

그랬던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유튜브에서다. 강연 중 사회자에게 목이 마르다며 건넨 말 한마디, 난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빨대가 들어간 한 잔의 물을 마시며 이어간 그의 말, 말끝의 또렷함은 어느 순간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시간은 이미 한 장애인의 신앙 간증도, 인식개선 강연도 아니었다. 평소 주말 저녁, 삶의 사건을 풀어가는 유명 연예인으로 초대된 토크쇼 게스트로 보였다. 난 평소 사람들에게 자립이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했다. 그럼에도 닉 부이치치가 말한 "Could you give me some water?"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 것은 왜일까.

 

장애인복지론에서 자립을 한 줄로 정의하면 선택과 결정이라고 한다. 거기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일상에서 자립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선택과 결정은 무엇일까. 닉 부이치치는 분명 갈증을 느꼈고 그래서 빨대를 꽂은 물이 담긴 컵을 받고서야 비로소 갈증을 해결했다.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한 이 상황에 대해 도움을 받았으니 자립한 것이 아니라 한다면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 되지만, 분명 닉 부이치치는 선택과 결정을 하였다.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빨대를 꽂아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그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실행되었어도 분명 자립한 것이 맞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다가왔다면 나의 반성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은 'Danger'가 아닌 ‘Risk’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불완전성'을 'Danger'로 착각한다. Danger는 생명의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경고할 때 사용한다. 가령 낭떠러지 앞이나 고압전류가 흐르는 시설 등이다. 그러나 'Risk'는 다르다. 혹시 모를 실수나 경우의 수에 따른 위험이다. 그럼에도 발달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는 'Danger'로 받아들일 때가 훨씬 많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내가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휠체어 앞바퀴가 빠질 수 위험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Risk’다. 그러나 반대로 ‘Danger’로 인식한다면 난 앞으로 집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행위 또한 ‘Danger’가 아니다. 누군가의 지원과 조력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Risk’다.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무언가를 완성하거나 개발하며 삶을 채워간다. 'Risk'가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성취할 때 인간으로서 발전한다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인간은 그것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Danger'에서 나올 수 없다.

 

<분당신문>에서는 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충일(38) 사회복지사의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최충일 사회복지사는 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을 랩퍼다. 지난 2009년 월 25일 방영된  SBS '스타킹'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 발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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