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10년만에 폭설이 내렸다며 온동네가 호들갑이다. 여기저기서 눈 치우느라 힘들었다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밤새 고된 노동을 한 탓에 가장 먼저 추위를 녹여주면서 기운을 보충할 '매운탕'이 먼저 떠오른다.
전날 술을 한 탓도 있지만, 추울 때 뜨거운 국물을 먹어야 하는 한민족의 피가 흐른 탓도 한 몫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천하일품생대구탕'을 추천 받아서 그 곳으로 향한다. 동판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늘 벌말사거리는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사거리 하나 통과하는데 몇십분을 늘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코스다. 더구나 눈이 많이 내려 더 짜증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길을 가다가 좌측 분당구 이매동 태영아파트 근처 건영상가 뒤쪽에 주차를 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낡은 상가 2층은 조용하다. 몇몇 상가는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인듯하다. 하지만, 중간쯤에 위치한 '천하일품 생대구탕'은 남다르다. 문 앞에 대기석을 마련해놨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다.
한쪽에 자리잡고 생대구탕(1인분 1만4천원, 2인부터 가능)을 시키면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무채, 김치, 조개젓, 마른 김. 정갈하다 못해 단촐하다. 이후 미나리(또는 쑥갓)와 보릿빛 색깔을 품은 생새우가 얌전하게 얹혀진 빨간 국물의 생태구탕이 양은냄비에 소복히 담겨 나온다.
적당히 익혀 나온 뒤라 쉽게 끓어서 먹기 좋게 보글 거린다. 생대구라서 시원하고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식감 탓에 생선 살이 부들부들하다. 여기에 두부 고니, 알, 애 등이 적당히 섞여서 입맛을 돋군다. 추운 날 따뜻한 것이 들어가니 속이 확 풀린다.
빨간 국물은 자극적인 매운 맛이 아니라 시원하면서 개운한 맛을 낸다. 한마디로 깔끔하다. 처음부터 '커억' 소리를 내며 국물을 들이킨 탓에 대부분 내장을 추가하거나, 육수를 추가한다는 신기한 공식이 성립된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어서 먹는 것도 시원함과 배부름을 배가 시켜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