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자 믿고 보는 배우, 유다인·오정세의 이유있는 선택으로 화제를 모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성실함 만으로는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현실을 비추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전하는 희망의 영화로 2021 새해 관객들을 찾는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중 하청 업체로 파견을 가면 1년 후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영화에서 정은이 권고사직을 받게 된 상황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우수사원이었다는 동기의 말과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다’는 인사팀 직원의 말은 정은이 받은 권고사직과 파견명령이 그녀의 결함에서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회사에 헌신했으나 이유도 모른 채 회사와 분리되는 정은의 상황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없이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상황과 심정을 대변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절망에 빠진 그 순간, 정은은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이태겸 감독은 영화 제작이 무산되어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부당 파견이 되었는데 그곳에서 굉장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내가 하는 일로 나 자신이 정의되는 현대 사회에서 노동으로부터 해고되는 것은 생존과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이다. 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이 무산된 일은 곧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버린 일과도 같다. 이 때 이태겸 감독은 기사 속 중년 여성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세상이 나를 밀어낼지라도 스스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았고, 나아가 `나를 해고하지 않는` 개인들이 서로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연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기로 `나의 자리’가 흔들리는 2021 새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새 삶을 선택하려는 인물의 의지’(차한비 리버스 기자)이자 `인간으로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으로서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그리는 가장 진솔한 희망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