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26일 오후 6시, 성남시청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음식을 가득 채우고 양손 무겁게 사무실로 배달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35도 넘는 더위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때 시청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배달통을 든채 기자를 보는 순간, 짧은 시간에 속사포처럼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매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하면서 소상공인만 규제하고 있다"며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저녁 6시 이후에는 개미새끼 한마리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고통분담을 하자면서 건물주는 임대료 한 푼 깎아주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우리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아니냐" 등의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성남시청 공무원 대부분은 시청앞 식당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몇몇 커피숍을 찾을 뿐이다. 더위 탓도 있지만 점심시간이라도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시청앞 거리가 한산하다.
저녁은 6시 땡하자마자 퇴근 행렬로 인해 차량들이 북적인다. 이러다보니 저녁 장사는 허탕이다. 더구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실시 이후에는 2명만을 허용하니, 술 장사는 일찌감치 물건너 간 셈이다. 이래저래 죽어라 죽어라 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매번 모란장을 지나면서 느끼는 점도 마찬가지다. 만만한 모란민속5일장은 '2021년 7월 14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해제시까지 휴장한다'는 현수막이 요즘 상황을 반영하는 듯 하다. 모처럼 자리재배치로 새단장을 마치고 활기차게 운영하려고 했는데, 청전벽력같은 '휴장'이라는 철퇴가 내려졌다.
유점수 회장을 말을 빌리면 "전철, 버스, 대형 점포 등 꽉 막힌 곳은 허용하면서, 탁 트이고, 열린 넓은 공간에서 장사하는 모란장은 걸핏하면 휴장을 하라고 한다"라고 불만을 쏟아 냈다.
실제로 유 회장이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지역내 대형매장을 찾았다. 들어가는 입구에 간단한 발열체크만하고 쉽게 입장이 가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앞사람 뒤통수만 보일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거리두기는 애초에 지켜지지 않았다. 매장내에는 음료와 음식을 가져다 먹는 코너도 있다.
드넓은 매장에 시원한 냉방, 어쩌면 처음부터 대형매장과 재래시장은 게임이 되지 않는 승부였다. 그래서 지역화폐라는 카드를 통해 소상공인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꾀하려 했지만, 코로나19 단계 상승으로 이마저도 쓸 곳이 일찌감치 문을 닫아야 하거나, 휴장을 강요 당하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무원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월급이 줄어든것도 아니고, 시간외 수당을 받기에는 방역 점검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기에 충분하다. 못쓰는 판공비와 업무추진비는 '착한 결제'라는 미명으로 유명 브랜드 매장을 찾아 한꺼번에 쿠폰을 확보해두면 된다. 선물로 줘도 되고, 사회적거리두기와 상관없이 사용하기 편리할 따름이다.
공무원이 지역화폐를 가입하면 편리하고, 지역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정작 자신들은 대형매장을 찾고, 고급 커피와 유명 브랜드 샌드위치를 부서비로 결제하고 있다.
일부 간부 공무원이 업자를 만나 골프를 치고, 또는 성매매를 하고, 음주운전을 하는 동안 그들의 월급이 밀리거나, 깎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반토막나고, 밀린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고, 그나마 찾은 손님에게는 "맛이 예전같지 않다"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게 과연, 공평한 세상일까?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가 만든 또 다른 차별의 벽을 마주하고 있는지 모른다. 만고의 진리처럼 '빈익빈 부익부'라는 한번도 깨보지 못한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 되고 있는 민초들만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