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억 원 들여 전자 탁자 설치하면 학점제 성공하나?, 종합적 밑그림 그릴 협의체 구성이 먼저
[분당신문] 현 정부 국정과제 1호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교육과정 개정이 추진되는 등 다양한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 학점을 선택・이수하게 하여 개별 학습자의 주도성, 선택권, 책임성을 극대화 한다는 취지를 갖는 제도로 그간 공급자 중심이었던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자신의 삶에 맞도록 진로를 설계하도록 도와준다는 고교학점제의 시행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간 관내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은 한계를 보였다. 개별 학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지역 단위로 키워 거버넌스 참여나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한 다양성 보장, 수업의 질 관리가 가능한 형태로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 과제이다. 이는 우리 단체가 지난 4월 개최한 학점제 대토론회 과정에서도 나타난 공통 의견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거의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학점제 준비 상황이 기존 방식대로 이미 전자탁자 등 사실 학교 규모에 따라 몇 명 이용하기도 힘들 전자 기기 등을 달며 개별 학교에 스튜디오나 학습실을 만드는 것 등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이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성남시(시장 은수미)는 '고교학점제 기반조성을 위한 시설구축 지원계획'을 통해 2021년 18억 원, 2022년 10억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온라인 학습실, 온라인 개별 수업실 등 시설 조성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양한 수업을 위한 학교 공간 혁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적인 틀을 잡은 이후 해야 할 과제이다. 28억이나 예산을 들이는데 전체적 방향 없이 시설만 구축하면 그것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 중복성 검토를 했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그린스마트스쿨 등 교육부 시설 사업과 중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활성화되고, 학점제 같은 미래 교육을 하려면 온라인 수업 기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떤 투자가 우리 지역에 부합하는 투자인지는 학교 각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서울 중심부 못지 않은 인프라를 갖춘 우리 성남의 경우 산넘고 물 건너야 하는 강원도 같이 온라인공동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 순위가 되기는 힘들고 도리어 학생들의 이동버스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관내 교사들은 저작권이나 제작툴을 요구하고, 학생들은 핸드폰 보다 큰 화면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개별 도구와 선생님과의 소통, 피드백을 요구하지 학습실 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이러한 시설 및 온라인 관련 사업은 들어가는 세금의 규모도 크다 보니 관련 업체들의 이권이나 공무원들의 자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올초인 2월에도 교육부가 사교육 업체에 ICT 연계 교육서비스 사업을 배당할 때 'KERIS 출신 전관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8개 교원‧학부모‧시민 단체가 문제 제기 한 바 있으며, 며칠 전에도 교육부 설문 과정에서 이익집단의 매크로 조작여부 등이 입길에 오르며 14개 교원‧학부모‧시민 단체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큰 예산이 투여되는 민감한 사업들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종합적인 계획 속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미 들어간 세금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점제 관련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후속 사업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시청, 교육지원청,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시민사회 및 기업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을 촉구한다. 아직 제도상의 미비가 있을 수는 있으나 혁신교육 운동이 어떠한 제도적 기반이 있어 시작되었던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성남시와 성남교육지원청 등의 합리적인 후속 조치를 바란다.
※ 이 글은 8월 24일 발표한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의 논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