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명지산] 바람도 없는 쾌청한 날, 하얀 눈을 밟았다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가평 명지산(1,267m)

김정삼 여행전문가 | 기사입력 2021/12/10 [07:06]

[가평 명지산] 바람도 없는 쾌청한 날, 하얀 눈을 밟았다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가평 명지산(1,267m)

김정삼 여행전문가 | 입력 : 2021/12/10 [07:06]

▲ 경기도 북부, 휴전선이 멀지않아 인적이 드문 탓일까. 계곡 물굽이도 힘차고, 물도 맑다.

 

[분당신문] 지난 5일 찾은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가평 명지산(1,267m). 이번 삼십 여리 산행을 끝으로 경기도 명산을 다 돌았다.

 

산행 코스가 길어 맘먹고 떠난 길. 익근리 주차장, 들머리서 땅에 얕게 깔린 흰눈을 봤는데, 올라갈수록 눈 천지다. 절기상 대설이 멀지 않았지. 가을 끝자락 마음을 휙 떠나 보냈다.

 

▲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행렬에, 하얀 눈이 길손을 다독인다. 이젠 겨울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승천사라는 수행처를 끼고 임시도로가 넓다. 그 길이 좁아지며 오르막에 들기 전,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말뚝이 눈에 띈다.

 

경기도 북부, 휴전선이 멀지않아 인적이 드문 탓일까. 계곡 물굽이도 힘차고, 물도 맑다. 길 한복판에서 또아리를 튼 야생 너구리도 만났다. 혹시 다쳤는가 싶어 살짝 흔들었더니, 일어나는 데 동작이 불편하다. 너구리는 신경쓰지 말라는 듯, 따뜻한 햇살이 드리운 쪽으로 몸을 옮긴다. 잠시 지켜보다가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하는 게 맞는 건가, 하다가 그냥 자연의 순리에 맡기기로 했다. 

 

▲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눈밭이 펼쳐지고, 박달나무, 졸참나무, 잣나무가 시원시원하게 쑥쑥 자랐다.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눈밭이 펼쳐지고, 박달나무, 졸참나무, 잣나무가 시원시원하게 쑥쑥 자랐다. 잣송이가 발길에 채이는 것을 보니, 왜 가평잣을 말하는지 알겠다. 숲은 바람 없이 햇살만이 그윽하구나.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행렬에, 하얀 눈이 길손을 다독인다. 이젠 겨울이다. 

 

▲ 길 한복판에서 또아리를 튼 야생 너구리도 만났다.

 

1.5km가 더 남았다는 알림판에서 맥이 탁 풀린다. 십여 리를 이제껏 걸어왔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산’은 왜 이렇게 머냐고 투덜대다가, 어쩌랴, 돌아가느니 차라리 오르지, 다시 힘내서 간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런 산이다. 짧은 코스로만 다니다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드문드문 허리 굵은 고목이 들어서고, 하얀 눈으로 덮힌 나무계단이 보이면 정상이다. 바위 한 무더기 무리진 곳엔 정상석. 멀리 경기도서 제일 높은 화악산도 보이고, 푸르스름한 하늘과 경계로 경기도, 강원도 높고 낮은 산들이 줄지어 섰다. 계절에 맞춰 정갈하게 흰옷도 갈아입었다.

 

▲ 아침 11시에 시작했는데, 오후 3시 30분 정상 도착했다.

 

아침 11시에 시작했는데, 오후 3시 30분 정상 도착. 내려가면서 일몰을 만날 수 있어 동작이 급해졌다. 추위를 타는 반려견 ‘솔’을 잠시 따뜻하게 안아주고, 기념촬영과 요기를 마치고 빨리 일어섰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그랬듯이 산과 솔이 앞장선다. 눈길이니 미끄럼을 타면서 서로 신이 났다. 저녁 어스름, 계곡 물소리 요란하고, 승천사 붇다상에 환한 산빛이 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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