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 7일 열린 제49주년 성남시민의날 기념사에서 "시민의날은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라며 "이 같은 뜻깊은 날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음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성남시민의 자존심과 희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7월 1일 취임했으니, 8일이 꼭 100일 되는 날이 맞다. 대부분 취임 이후 100일은 '허니문데이'라 해서, 이전 시 정부의 사업에 대해 정리 할 것은 정리하고, 새롭게 만들 것은 만들어 가는 날이라 대부분 조용하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상진 시장은 취임부터 과감했다. 취임이후 열흘만에 시청사 1층에 설치된 출입통제시스템(스피드게이트)를 과감하게 철거했다. 해당 스피드게이트는 시민들의 민원 또는 시위 등을 막는 용도로 사용해 오면서 '불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시설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2층에 있던 시장실로 과감하게 4층으로 옮겼다. 전임 은수미 시장은 스피드게이트 설치도 못미더워 임기 1년여를 남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구조화 공사에 6억원을 들여 시장실을 더 꽁꽁 싸맸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시장실을 옮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왔고, 신 시장은 이 또한 취임식과 함께 실행에 옮겼다.
8월초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성남시 곳곳이 잠기고, 탄천 범람까지 그 피해가 막대했다. 신 시장은 이런 피해에 대해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하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으며, 이례적으로 정부는 10여 일만에 성남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하기도 했다. 그리고, 상습적인 차량 정체로 인해 용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고기교 주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성남시-용인시가 '상생업무 협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성과도 있지만, 지역내 신구세력의 갈등이 점차 양상되면서 사사건건 부딪치고, 정책과 정치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신 시장 자신이 선거에서 공약했던 것들과의 싸움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들어선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산하기관에 대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은수미 시장 때 들어간 기관장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넘게 남은 경우도 있다. 또, 시장의 손과 발 역할을 담당할 임기제 공무원도 전임자들이 9월말자로 퇴사하면서 새롭게 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선 8기 시정이 올 한 해 동안은 제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명 시장과 은수미 시장 12년 시정에 대한 청산 작업 과정에서 부딪치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문제다. 국민의힘 정용한 대표가 성남시의료원 운영을 대학병원, 의료법인, 심지어 비영리법인까지로 위탁 범위를 넓히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민주당과 진보당 등 정치권과 시민공동대책위원회 등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 시장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성남FC 문제다. 그동안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등으로 받은 후원금 및 광고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여기에 어제(9일) 김천 상무와 1-1로 비기면서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최종 1부리그 강등이 확정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신 시장은 매각, 공동 운영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팬들은 매각 또는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성남형교육지원단에 대한 존치도 관건이다. 얼마 전(9월 19일자) 성남시는 성남형교육지원단 설립 및 운영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성남시 교육지원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조례가 폐지된다면 성남형교육지원단과 연결된 목공수업, 기후변화교실 등 50억 원에 달하는 지역특성화사업이 없어지고, 학교밖청소년 지원사업, 그리고 이재정 전임 교육감과 연결됐던 각종 정책이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성남교육지원청과의 관계도 다소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성남형교육지원단 해체 이후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육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할지가 과제다.
이런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정 구호처럼 '첨단'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혁신'을 꾀해야 하며, 시민들에게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 100일 된 민선 8기에게 뛰어다니라고 하는 것도 무리지만, 너무 과거 청산에만 몰두한 탓에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신 시장이 성남에서 살아온 세월처럼, 앞으로 남은 3년하고도 265일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시민적 관점에서 시정을 펼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