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The Wire

이채현(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영어영문학전공 3학년)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2/12/01 [13:50]

한국판 The Wire

이채현(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영어영문학전공 3학년)

분당신문 | 입력 : 2022/12/01 [13:50]

▲ 이채현 독자(동국대 WISE 캠퍼스 영어영문학전공 3학년)

[분당신문] 미국 HBO 방송사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The Wire>는 미국 빈민가에서 볼티모어 경찰이 마약을 판매하는 흑인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이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마약왕 에이본 박스데일은 플랭클린 테라스의 고층 건물 5개를 통제하면서 마약을 거래하고 있고 고층단지뿐 아니라 저층 단지와 뒷골목도 박스데일이 소유함으로써 웨스트사이드를 장악하고 있다. 이 조직은 나름대로의 룰을 가지고 경찰의 눈을 피해 마약을 거래한다. 차에서는 말하거나 전화하지 말 것, 어디에서든 조직원 빼고는 말 걸지 말 것, 고객(마약 중독자)에게 돈을 받자마자 물건을 주지 말 것과 같은 체계적인 규칙이 있다. 

 

또한 그들이 숫자로 암호를 만들어 호출기로 보내고 마약을 숨길 은닉처를 수시로 바꾸며 활동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마약 거래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약 딜러들이 뚜껑 색깔만 바꾸어 신종마약으로 판매하고 프로카인이나 카페인을 섞는 비율만 달리하여 판매한다 하더라도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이 약하다고 불평은 하겠지만 이내 다 사버린다. 이들은 약이 어떻든 간에 산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마약 딜러들의 장사는 영원하다.

 

이 드라마의 배경인 볼티모어는 실제로 마약과 강력범죄로 악명 높은 도시로 전직 볼티모어 경찰이었던 에드 번즈(Ed Burns)와 볼티모어 담당 기자였던 데이빗 사이먼(David Simon)이 작가로 참여했기에 볼티모어에서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그 나라에서는 흑인이 마약 거래하는 것은 일상화되어 뉴스거리도 안된다. 또 길거리에는 마약에 찌든 사람(마약 좀비)을 많이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마약 범죄 뉴스가 나오면 남의 얘기 같았지만 이젠 우리나라도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최근 언론에서는 마약류 범죄 기사가 하루 멀다 하고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마약 범죄가 우리 사회 한 가운데로 들어와 자리 잡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약 범죄가 나이 불문, 남녀노소, 직업, 사회적 신분을 가리지 않고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 범죄는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1년) 1만 6천 명이던 마약 사범이 올해(2022년) 상반기에만 8천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일반적인 국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타이틀을 더는 유지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10대에서 20대의 마약류 소비 추세다. 20~2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20년 4493명에서 작년(2021년)에는 5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19세 이하의 경우 같은 기간 313명에서 450명으로 증가했다. 범죄행위는 나쁜 행위기에 해서는 안 되지만 마약 범죄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 특정 집단에서 하는 보편적인 행위가 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볼티모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역사는 계속 반복되듯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우리 정부도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은 끝이 있지만 마약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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