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서툴지만 길게는 한 달 이상 짧게는 보름까지 정성을 쏟아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많은 장비가 필요치 않다. 바늘, 천, 그리고 한 땀 한 땀 떠내려가는 정성이 더해지면 된다. 이렇게 수개월 모았더니 작품 전시회가 될 정도의 규모로 늘었고, 일부는 판매수익금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 돕기에 사용할 정도의 작은 정성이 모아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찾은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소재 새중앙교회(담임목사 신학재) 2층 카페는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2월 28일부터 오는 3월 4일까지 ‘바느질쟁이들의 퀄트 전시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랄 정도다. 나이를 떠나 갓 입문한 새내기 바느질쟁이부터, 수십 년 바느질과 인연을 맺어온 전문가도 섞여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시회라는 공간 속에서는 모두가 작가였다. 임양자 작가는 올해 82세다. 옛날에 이불과 옷 등의 바느질과 뜨개질은 많이 해봤지만, 천을 이어 가방을 만들고, 차 받침대를 만들어 보는 것은 처음이란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란다.
올해 69세의 임점숙 작가도 마찬가지다. 3개월여에 걸쳐 만든 손가방을 딸에게 선물했더니, 이제는 사회초년생 손녀가 자기 것도 해달라고 해서 다시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고 있단다. 특히, 전시회를 앞두고 한 달여 동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교회에 나와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작품은 인형, 수세미, 수제니트, 쇼파 덮게, 목도리, 가방 등으로 탄생해 2층 카페에 전시되어 있다. 2021년 초부터 재봉틀과 퀄트를 가르쳐 온 유영란 씨는 홈패션 등을 통해 만들어오다 교회에 나오면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함께하는 퀄트 교실 등을 열어 어르신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처음에는 3명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10여 명으로 늘어나 매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시작은 교회 카페이지만, 작품 수와 실력이 점차 늘어나면서 하대원동 전체를 대상으로 전시회를 열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나눔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교회로 거듭나고 싶다는 신학재 담임목사의 지론이기도 하다.
9년 전 처음 하대원동에 자리 잡은 새중앙교회는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토요일에 실버예배를 시작했다. 예배가 끝나고 가실 때 어르신이 굶지 않도록 쌀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예배였다. 그리고 청소년 장학금 전달을 비롯해 5년째 성탄절 감사헌금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사랑의 열매’에 전달하기도 했다.
신학재 목사는 “물질적 봉사가 아닌 순수한 재능기부로 이뤄진 퀄트 전시회지만,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튀르키예 지진 피해 난민을 도울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은 감동을 쭉 이어가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로 더욱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