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성남종합운동장이 4월 27일 열리는 경기도장애인체전과 5월 11일 경기도체육대회를 앞두고 새단장을 하고 있다. 운동장 트랙을 산뜻하게 꾸미고 보조경기장도 인조잔디를 새로 입혔다. 성남종합운동장 정문 앞에는 경기도종합체육대회 조형물도 눈에 들어온다. 현재 주경기장 전광판을 손보는 중이다.
경기도종합체육대회가 2005년 이후 18년만에 성남에서 열린다고 하지만, 성남종합운동장은 이보다 더 오래 전에 올림픽과 아시아게임을 개최한 엄청난 곳이다. 경기도종합체육대회 때 성남을 찾는 손님에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재미를 선물하면 좋을 듯 하다.
먼저, 성남종합운동장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측 스포츠센터 앞에는 상모를 쓴 귀여운 호랑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88서울올림픽 공식마스코트 '호돌이'다. 상모에 달린 줄은 서울(SEOUL)의 S를 뜻한다. 바로 이곳이 서울올림픽과 연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그렇다면 서울올림픽 때 성남종합운동장에서는 어떤 경기가 열렸을까? 정답은 호돌이가 들고 있는 '하키 채'와 바로 뒤쪽에 달리고 있는 남녀 동상이 있는데, 남자가 들고 있는 것 또한 '하키 채'다. 원래는 더 높이 솟구쳐 있었지만, 성남스포츠센터를 건립하면서 단을 내리고, 한곳으로 모았다. 색깔도 금칠을 해 역사성이 퇴색한 것도 있지만, 없애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호돌이 동상 밑에는 '86아시안게임의 영광에 이어 88올림픽 대회의 성공을 다짐하는 성남시민의 뜻과 정신을 모아 조형물을 건립했다'라는 말과 함께 '1988년 6월 성남시장'이라고 적혀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성남종합운동장에 호돌이 조형물을 세우고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 뒤에 뛰고 있는 남녀 조형물은 '하키 세계제패 기념탑'이다. 취지문을 살펴보민 '서기 1986년 제10회 아시아 경기대회시 우리나라 남여하키팀이 금메달을 획득하여 사실상 세계를 제패하였는 바 이는 성남시 승격 제13주년을 맞이하여 50만 시민의 단합과 정성으로 이룩한 쾌거로서 그날의 영광과 뜻을 기리고 88서울올림픽 대회시 또 한번 세계정상에 오르도록 하자는 시민의 뜻을 담았다'고 적었다.
건립은 1988년 8월 17일이었으며, 제10대 성남시장을 지내고 관선 마지막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해재(1936-2021) 전 성남시장과 오정대 건립추진위원장, 고재혁 건립추진준비위원장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서 나타나듯 86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은 남녀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한하키협회장은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었다. 이후 88올림픽 때는 대한민국 여자하키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감독, 코치, 트레이너 선수들의 이름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여자 하키의 경우 86서울아시안게임부터, 90년 북경 아시안게임, 그리고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까지 3연패를 기록했다. 남자팀은 86년 서울 이후 8년만인 94년 히로시마에서 다시한번 남녀공동 우승을 일궈내는 역사적인 금자탑을 달성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다. '하키세계제패 기념탑'에는 이후의 하키의 성과는 기록하지 않고 있다.
성남종합운동장 출입구 쪽에도 커다란 동판이 눈에 띈다. 올림픽이 끝난 1988년 10월 2일 임사빈 경기도지사가 새긴 동판이다. 당시 이곳은 제24회 서울올림픽 하키 경기장으로 1988년 9월 18일부터 10월 1일까지 13개국 20개팀 32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동판에는 당시 성적으로는 남자팀은 영국(금), 서독(은), 네덜란드(동) 순이었으며, 여자팀은 오스트레일리아(금), 한국(은), 네덜란드(동)가 메달을 획득했다고 알리고 있다.
이처럼 '하키'는 성남하고 떼려야 뗄수 없는 스포츠 종목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치러진 곳이고, 현재 남자팀은 성남시청 직장운동부가 있고, 여자팀은 KT가 성남종합운동장에서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창성중(창곡중)-이매중, 그리고 성일고-이매고가 전국 최강팀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