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의 필수 연료, 숯의 보관소 매탄처(埋炭處)
![]() ▲ 남한산성 수어장대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
남한산성은 험준한 산세에 의지해 축조된 농성용 방어산성이었다. 농성이라는 것은 적군이 물러날 때까지 성안에서 버티는 전술을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선 왕과 군대, 그리고 산성 주위의 백성들은 모두 성 안쪽으로 이주한다. 이때 성 바깥의 논과 밭은 적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불태운다.
삼국시대의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와 싸울 때 사람을 모두 소개하고 외부의 물자를 깡그리 불태우는 ‘청야전술(淸野戰術)’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남한산성에는 이런 농성전에 사용할 연료를 항상 성 내부에 비축해 두었는데, 보관이 용이하고 연기가 나지 않는 숯은 최적의 연료였던 셈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주둔군 막사 주위에는 숯을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던 매탄처(매탄터)가 곳곳에 남아 있다.
매탄터 또는 매탄처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용할 전략 물자인 숯을 묻어 놓는 장소라는 의미다.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 군수(軍需)에는 ‘숯을 가마니에 담아서 묻은 것이 94군데, 24,192석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수어장대 인근에 위치한 매탄처는 그 중 300석의 숯이 보관되어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산성에서는 3년은 소금을 굽고, 중간 1년은 숯을 사서 연례적으로 성첩과 군포 사이에 묻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