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운영: ‘닫힌 조직’을 넘어 마을의 ‘민주주의 네트워크’로
<분당신문>에서는 특별 기획 시리즈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인수 박사의 도움을 받아 주민자치회가 마주한 6가지 핵심 현안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형 주민자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 ▲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주민자치회 위원이 의제를 설명하고 있다. |
[분당신문] 주민자치회의 민주적 대표성이 조직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라면, 민주적 운영은 그 조직의 생존과 성패를 결정짓는 본질이다. 아무리 공정한 과정을 통해 위원이 선출되었다 하더라도, 운영과정이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라면 주민자치회는 다시금 '관변단체'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만다. 주민자치회의 민주적 운영은 단순한 회의 진행 기법을 넘어, 지역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내느냐는 ‘자치 역량’의 문제다.
첫째, 읍·면·동 주민조직과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에 존재하는 기존 조직들을 대체하거나 군림하는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을 연결하고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개방형 분과위원회’의 활성화다.
예를 들어,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율방범대가 주민자치회의 ‘안전분과’로 결합하거나,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자치회의 ‘공동주택 지회’ 또는 ‘분회’로 결합하여 협력하는 방식이다. 필요하다면 각 주민조직과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하여 상호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마을의 자원을 파편화하지 않고 주민자치회라는 큰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주민자치회는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자치기구로서 강력한 실행력을 갖게 된다.
둘째, 회의의 민주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
주민자치회의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는 민주주의의 학습장이 되어야 한다. 소수의 임원진이 결정을 주도하고 위원들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식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위원의 발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견이 있을 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가 자치(自治)의 핵심이다. 더 나아가 회의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일반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민들이 '우리 동네의 의사결정'에 심리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셋째, ‘운영세칙(자치규약)’의 혁신: 자치의 헌법을 바로 세우기
지방자치법과 조례가 주민자치회의 큰 골격을 형성한다면, 운영세칙(자치규약)은 실제 주민자치회의 근육과 신경계 역할을 한다. 법과 조례에서 위임한 세부 사항들을 담는 이 운영세칙은 사실상 ‘마을의 헌법’과 같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다. 대다수 주민자치회가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시절의 운영세칙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행정에서 내려준 견본을 그대로 베끼거나 또는 회의 소집, 회비 납부 등 단순한 행정 절차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진정한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는 운영세칙에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담겨야 한다.
● 자치계획 수립 및 주민총회 개최의 세부 절차
● 주민참여예산제의 연계 및 활용 방안
● 분과위원회 구성의 자율성과 주민 참여 폭 확대
● 회계 관리의 투명성 확보와 사무국의 독립적 운영 규정
● 위원 선정의 세부 기준과 공정한 평가 지표
● 주민자치회 연계 사업실행법인 구성 및 운영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 그 자체가 민주적 훈련이며, 이렇게 잘 만들어진 운영세칙은 단체장이 바뀌거나 위원이 교체되어도 흔들리지 않는 주민자치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권위가 아닌 ‘관계’로 운영되는 조직 : 주민자치회의 권위는 법률 조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 및 지역 조직들과 맺고 있는 ‘민주적 관계’에서 나온다. 마을의 다양한 조직들을 분과위원와 지회로 포용하고, 정교한 운영세칙을 통해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며, 모든 주민에게 참여의 길을 열어둘 때 주민자치회는 비로소 지역 사회의 심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민주적 운영은 주민자치회가 마을의 주인이 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길이다.
1. 주민자치회 법제화의 의미: 13년의 비정상적 시범사업을 끝내는 법적 안정성 확보
2. 주민자치 조직의 질적 전환: 주민자치센터 관리자를 넘어 마을의 대표기구로 거듭나는 주민자치회
3. 주민자치회 조례의 혁신: '표준조례'의 억압을 벗고 지역의 특성을 담는 '참고자치법규'로의전환
4. 주민자치회 민주적 대표성: '심사'와 '선발'이 아닌 '기회'와 '추첨'을 통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
5. 주민자치회 민주적 운영: 주민자치회 운영세칙 내실화와 주민 조직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6. 주민자치회 재정적 자립: 지자체 사무 위탁과 지역순환경제를 통한 '지갑의 독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