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법제화,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 기사입력 2026/02/22 [20:57]

주민자치회 법제화,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 입력 : 2026/02/22 [20:57]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3천562개 읍면동이 각자의 색깔로 자치의 꽃을 피울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아래로부터 완성될 것이다

▲ 최인수 박사  

[분당신문] 대한민국 주민자치는 지난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범사업'이라는 기만적인 틀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지방자치법 제17조의2 신설이라는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주민자치회는 시혜적인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를 넘어 마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공적 주체'로 당당히 서게되었다. 앞서 6가지 주제를 통해 살펴본 주민자치회의 성공적인 안착과 도약을 위한 전략적 방향은 다음과 같다.

 

근거 법령 확립과 주민의 '자치 주권' 회복

 

13년의 비정상적인 시범사업을 끝내는 법제화의 핵심은 주민자치를 지자체장의 선택이 아닌 '주민의 당연한 권리'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제 전국의 읍면동 주민들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민자치회 설치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으며, 행정은 이를 지원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관(官) 중심의 통치에서 민(民) 중심의 자치로 권력의 축이 이동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플랫폼 조직으로의 질적 전환과 민주적 대표성 확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센터 운영에 함몰된 폐쇄적 조직이었다면, 새로운 주민자치회는 마을내 다양한 주민 조직(새마을회, 자율방범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잇는 네트워크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 소수의 독점을 막는 주민자치회 위원 추첨제를 전면화하고, 행정의 입김이 작용하는 위원선정위원회를 폐지하여 참여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개방형 분과위원회'를 통해 일반 주민의 참여를 상시화할 때 주민자치회는 진정한 민주적 정당성을 얻을 것이다.

 

'표준'을 넘은 '자율'과 실질적 운영 역량 강화

 

정부가 제시하는 '표준조례'라는 획일적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참고자치법규' 기반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7차 표준조례의 퇴행적 조항들을 극복하고, 5차 개정의 혁신 정신(사전교육 이수, 사무국 설치,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을 계승해야 한다. 특히 마을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운영세칙(자치규약)을 주민 스스로 정교하게 설계하여 흔들리지 않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자치 역량의 핵심이다.

 

재정적 독립을 통한 자치의 완성

 

"돈이 있어야 자치도 있다." 보조금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정 사무 위탁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또한 시군구 단위로 매몰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읍면동 단위로 직접 투입하여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지역 살리기 사업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연대경제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실행법인'을 운영하고 자체 자치기금을 조성함으로써, 행정의 간섭 없이 주민의 의지가 정책이 되는 재정적 독립을 완수해야 한다.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자치정부'의 시대를 열며

 

결국 주민자치회 법제화의 완성은 법 문구의 수정을 넘어 '주민의 인식 변화'와 '행정의 신뢰'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주민자치회는 단순한 봉사 단체가 아니다.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의 의제를 결정하고, 자치계획을 집행하며, 재정적 자생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초미니 마을 자치정부'다.

 

우리는 이제 13년의 방황을 끝내고 진정한 자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3천562개 읍면동이 각자의 색깔로 자치의 꽃을 피울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아래로부터 완성될 것이다. 주민주권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법제화가 그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엔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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