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주문진 바다를 품은 ‘삼숙이찌개’를 찾아서

이미옥 기자 | 기사입력 2026/04/14 [10:42]

강릉 주문진 바다를 품은 ‘삼숙이찌개’를 찾아서

이미옥 기자 | 입력 : 2026/04/14 [10:42]

▲ 주문진 원영생선구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삼숙이찌개'

 

[분당신문]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 인근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식당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메뉴판보다 먼저 ‘이름’이 변해간다는 것. 그중 하나가 주문진 원영생선구이의 ‘삼숙이찌개’다.

 

요즘 식당 메뉴판에서는 이 메뉴의 이름을 보기 쉽지 않다. 대신 ‘삼숙이 매운탕’이나 '삼새기탕'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강원도에서는 여전히 그 맛의 뿌리가 살아 있다. 어머니 세대가 부르던 ‘삼숙이찌개’의 방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이 집의 삼숙이찌개는 특별한 양념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벽면에 적힌 말처럼 “생선 자체가 맛있다”는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매일 아침, 바로 앞 주문진항에서 입찰을 통해 들여온 신선한 생선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냉동은 아예 쓰지 않는다. 비싸더라도 그날 들어온 생물을 고집한다. 재료가 없으면 그날은 ‘삼숙이찌개’를 내놓지 않고 당당하게 ‘품절’이라 말한다. 

 

주문진 현지인 맛집이라고 알려진 원영생선구이의 삼숙이찌개는 식탁에 올려진 후 5분여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하면 진한 동해바다의 향이 먼저 올라온다. 살은 부드럽게 풀어지고, 국물은 텁텁함 없이 깔끔하다. 다소 가시가 많고 진액을 가지고 있는 삼숙이는 풍부한 생선 특유의 깊은 맛이 국물에 녹아든다.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오래 끓여낸 듯한 자연스러운 감칠맛이다. 여태 먹어온 대구지리와 도루묵찌개에게 미안할 정도다.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원영생선구이 매장 전경.

 

원영생선구이는 ‘생선구이정식’과 ‘오징어볶음’으로 알려진 주문진 맛집이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의 오징어 품귀현상과 계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많이 나는 삼숙이찌개, 대구지리, 도루묵찌개 3남매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또, 특이한 것은 다른 집은 ‘매운탕’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곳에서는 모두 ‘찌개’로 둔갑하기에 매운탕만을 먹어본 손님들에게는 ‘탕과 찌개’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원영생선구이의 ‘삼숙이찌개’는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이름에 어머니의 고집이 담겼다. 48년 가까이 이곳을 지켜온 어머니의 손맛이 녹아있다. 매일 아침 주문진항을 찾고, 밤늦도록 생선을 손질하며, 재료를 다듬어 왔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 메뉴의 이름은 투박해도 맛은 깊게 남는다. 그 맛은 여전히 주문진의 바다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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