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무늬만' 중대선거구제 도입 ‥ 2인 선거구제 그대로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4/19 [16:24]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무늬만' 중대선거구제 도입 ‥ 2인 선거구제 그대로

유일환 기자 | 입력 : 2026/04/19 [16:24]

비례대표 비율 10 → 14% 소폭 확대 ‥ 정당 지지율 5% 이상이면 지역위원회 사무소 설치 허용, 거대 정당 1석씩 차지하는 구조 반복, 여전히 힘든 제3 정당 진입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분당신문] 지난 4월 18일, 국회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기존 10%에서 14%로 4%포인트 상향하고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

 

비례대표 제도는 정당 득표율이 의석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장치로, 다양한 정치세력과 사회적 소수자의 의회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독일·뉴질랜드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제도를 통해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비례대표 비율을 14%로 소폭 확대하는 데 그쳤다. 시민사회와 소수 정당이 요구해 온 30% 수준의 확대안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처럼 낮은 비례대표 비율 아래에서는 거대 정당 중심의 의석 구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여성·청년·소수자 후보의 진입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성은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정당이 비교적 자유롭게 후보를 구성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성 대표성 확대의 핵심 통로로 평가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게다가 개정안은 시도당 산하 당협위원회 또는 지역위원회에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면서, 정당 지지율 5%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조직 운영의 기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생 정당이나 원외 정당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정당은 극히 제한적이며, 이 기준은 조직 기반이 약한 정당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할 기회 자체를 제약한다. 이는 결국 기존 거대 양당의 조직력과 인지도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선출함으로써 다양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전남·광주 일부 지역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기초의회에서 사실상 양당 독점 구조를 만들어온 2인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정당이 각각 1석씩을 차지하는 구조가 반복되며, 제3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진입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 개편을 도입한 것은 근본적인 정치개혁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조치는 ‘무늬만 개혁’에 그친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가 제도권 정치에 공정하게 반영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비례성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소수 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 장벽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 30% 이상으로 확대, ▲여성 후보 공천 확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5% 기준을 재검토, ▲2인 선거구를 전면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 대해 "이번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시민사회·학계·정당이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 과정을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적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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