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봉양' … 시아버지 병원 입중 중에는 '12첩 사랑의 식단' 마련하는 지극 정성 며느리
[분당신문] 제54회 어버이날, 8일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성남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과 주관하는 어버이날 기념 행사장에는 특별한 영상 하나가 상영된다. 주인공은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에 거주하는 안미영(67) 씨. 그는 1982년 꽃다운 스물네 살의 나이에 시집온 후, 올해로 44년째 시아버지 주창래(104) 옹을 극진히 모셔온 공로로 효행상을 받게 됐다. 그의 진솔한 가족애를 담은 영상(1분 30초)이다.
"식사 시간은 생명과의 약속"… 44년의 성실함
안 씨의 하루는 시아버지의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간다. 아침 7시 10분, 점심 12시 10분, 그리고 저녁 6시 10분. 지난 44년 동안 안 씨는 이 시간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급한 외출 중에도 식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의 정성은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더욱 빛났다. 지난 해 8개월간 입원 생활을 했던 시아버지는 병원 밥을 거부하고 오직 며느리의 손 맛만을 고집했다. 안 씨는 매일, 12가지 반찬을 정성스레 담은 식판을 들고 병실을 찾았다. 100세가 넘은 시아버지가 기력을 회복해 다시 건강해진 비결은 '12첩 사랑의 식단'이었다.
![]() ▲ 44년 함께한 주춘언·안미영 부부. 어버이날을 맞아 그들의 효행이 빛나고 있다.(사진: 안미영씨) |
겹쳐온 시련, 그러나 멈출 수 없던 '며느리의 길'
시어머니는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하던 해에 돌아가셨다. 무려 7년 동안 간병했다. 병원에서는 임종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병원을 나와 집에서 8개월여 더 며느리와 함께 생활했다. 극직한 간병 덕분이었다. 가래를 뽑아내고 온 몸을 소독하는 고된 일이었지만, 안 씨는 "눈으로 대화를 나누며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며 "남편 흉도 보고, 통장을 보여주며 집안 사정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그런 시어머니를 편안하게 떠나 보냈다.
생전에 시어머니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시장통에서 남정네로 통할 정도로 칼칼했다. 집안은 늘 손님으로 가득했다. 김장도 배추 100포기는 해야 했고, 심지어 오이 소박이 한접(100개)을 해도 가락시장 사람들이 다녀가면 탕진할 정도다. 또 생전에 부침개를 좋아해서 이틀에 한 번꼴로 부침개를 해야 했다고 기억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골병드는 줄도 모르고 손님에게 퍼날라 주며, 솜씨 좋은 며느리 자랑을 많이했다고 한다. 그런 며느리에게 시아버지 주창래 옹은 묵묵히 다가왔다. 전대에서 돈을 꺼내 며느리에게 무심한듯 용돈을 건냈다.
안씨의 숨겨진 슬픔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남편 주춘언(72)씨와 가락시장에서 일하던 친정 오빠를 9년 전 폐암으로 떠나보낸 데 이어, 3년 전에는 귀한 4대 독자 외아들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참담한 슬픔 속에서도 안 씨는 무너지지 않았다. 남은 가족인 시아버지와 남편을 위해 50년 넘게 운영하던 가업(가락시장 가게)을 정리하고 오로지 봉양에만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 ▲ 주창래 옹은100세가 넘으셨지만, 늘 수진공원을 찾을 정도로 건강하다.(사진: 안미영 씨) |
"우리 며느리는 해결사"… 고부(姑婦) 대신 '정(情)'으로 산다
시아버지 주창래 옹에게 안 씨는 단순한 며느리 그 이상이다. 1922년 2월생으로 이미 100세가 넘으셨다. 며느리가 어버이날 효행상을 받는다는 소식에 숨겨 놓았던 쌈짓돈을 풀어 동네 어르신께 며느리 자랑을 하며 한 턱냈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매일 찾는 곳은 인근 수진공원이다. 70대 아들뻘부터, 80대 동생들까지 모두가 말동무이자, 운동을 함께하는 동네사람들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거실에 워킹머신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아들 도움조차 거부하고 나홀로 목욕을 즐기실 정도로 건겅하다.
시아버지는 황해도 분이시며, 6.25 참전용사이기도하다. 가락시장, 이북5도민회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사람도 많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 하지만, 이런 시아버지를 모시는 며느리는 70대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갔다.
대화 자주하고 편안하게 대하니 시아버지는 '개구장이 며느리', '해결사 며느리'로 불러준다. 아웅다웅 지내다 보니 고부(姑婦) 관계가 아닌, '정(情)'으로 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시아버지와 부부는 행복하게 살아갈 계획이다.
"시아버지와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어요.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4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묵히 쌓아온 안미영 씨의 '진솔한 가족애'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 진정한 효(孝)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