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우기 시인이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기념식에서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
아아, 자유여
수많은 밤을 건너
침묵과 침묵 사이에서
오래 떨며 태어난 우리의 평화여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
우리의 어머니들은 무엇을 기도하고 있나
우리의 아버지들은 어떤 어깨로
세월의 고통을 견디었나
이 땅의 이름 모를 수많은 손들이
어디에서 잡혀 어디에서 흩어졌나
총성도 철조망도
막지 못할 민주주의여
말없이 손을 내밀던 사람들만이
쓰러졌다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우리의 길이여, 우리의 심장이여
아아, 민주주의여
사람은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 단순하고 분명한 말 한마디를 위해
얼마나 많은 폭거를 견뎌야만 했던가
그러나 그 누구도 꺼뜨릴 수 없는
빛고을 광주여
눈물로 지켜온 인간의 존엄이여
한반도여
갈라진 산맥과 강물을 넘어
서로를 부르다 목이 메인 반도의 이름이여
바람은 언제까지 철책에 찢겨야 하나
아아, 우리는 서로를 향해 가야 한다
피로서가 아니라 손을 잡고
증오가 아니라 기억을 끌어안고
다시는 분열되어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북녘의 아이와 남녘의 아이가
같은 태양을 바라보며 자라는 날
같은 이름으로 바람을 부르는 날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리라
평화는 무기가 아니라
서로의 눈을 똑바로 보는 데서 온다는 것을
아아, 세계여
서로 다른 언어와 얼굴과 노래들이
싸우지 않고 함께 밥을 나누는 밥상이여
국경은 지도의 선일 뿐
고통은 어느 나라의 것만도 아니기에
한 사람의 눈물이온 인류의 무게가 된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묻는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고 살 것인가
어떻게 다치게 하지 않고 강해질 것인가
어떻게 자유롭게 살면서
다른 이의 자유도 지켜 줄 것인가
아아, 평화여
우리들의 영원한 꿈이여
우리들의 손과 발로 세워 올릴
살아 있는 약속이여
지금 우리는 더욱 깨어나는구나
지금 우리는 더욱 단단해지는구나
어깨와 어깨, 마음과 마음을 맞대고
섬과 대륙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구나
아아, 자유여
아아, 평화여
아아, 우리들의 한반도여
오늘의 상처를 품고
내일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끌어안고 일어서는
우리들 인간의 깃발이여
심우기 시인: (전) 가천대 강사, 김영학과학사고시 평가원 영문과 교수, 2011년 시문학 등단,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세종도서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