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정부나 지자체가 공원 용지로 지정했다가 20년 넘게 공원을 조성하지 않거나 매입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공원 용도에서 해지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지난 7월 1일 본격 시행됐다.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헌재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많은 공원이 토지 실소유자에게 매입 보상이 되지 않아 사라질 위기다. 지난 1일에는 여의도 면적의 19배가량이 도시공원에서 해제됐다. 전국 공원의 53%가 넘고 4천421개의 공원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도 녹지와 공원이 부족한 데 있던 곳마저 난개발 위험에 처한 것이다.
전국에 일몰 대상 부지의 매입비는 총 53조 원 정도다. 지자체 자체 예산만으로 모두 부담하기에는 엄청난 액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공원 대다수가 사라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토부는 공원 조성 등이 지자체 사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지금의 도시공원 상당수가 70~80년대 중앙정부가 지정한 것이다. 95년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재정 지원 없이 공원 관리 운영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했다. 중앙정부가 관련 책임과 비용을 지자체와 함께 분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일몰 대상 공원 중 기재부 국방부 등이 소유한 국공유지까지 지자체가 매입하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도시공원은 미세먼지 흡수, 대기 정화, 소음 감소, 침수피해 예방, 도심 열 저감 등 효과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질병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WHO에 따르면, 도시공원 면적이 넓을수록 시민들의 운동량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져 사망률도 감소한다.
한국의 1인당 공원면적은 2018년 기준 10.1㎡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 등과 비교해 매우 작은 수준이다. 서울은 이보다도 좁은 1인당 5.5㎡로, WHO가 권고하는 1인당 최소 면적인 9㎡에도 크게 못 미친다.
도심 속 공원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필수 불가결한 공공재다. 개발제한구역을 개발 유보지로만 바라보는 국토부는 도시공원 관할 부서로 적당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공원을 보존하고 늘리는 데 국가 역량이 과감히 투입되도록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도시공원 일몰에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후 예정된 해제에도 대비해 도시의 허파인 공원이 줄줄이 사라지는 참사를 막아내길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