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문] 정확히 5년전 이맘때 였다. 지인 소개로 한번 다녀온 김포 대명항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이곳은 수산시장과 함께 각종 젓갈류를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퇴역 전투함이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포함상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대명항의 가을 정취와 함께 5년전 부모님을 모시고 찾았던 생선구이집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SNS에 남겨둔 흔적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고, 그저 "생선구이가 맛있었다"라는 단순한 멘트만 있을 뿐이었다. 기억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진술과 나의 경험이 더해져서 서서히 대명항 근처에 다가오자 인근 풍경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도 가도 군사시설만 있을뿐 길 옆 생선구이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뿔사, 믿고 맡겼던 티맵이 김포쪽이 아닌, 강화쪽 방향으로 거슬러 왔던 탓이었다.
대명항에서 다시 차를 돌려 대명항 입구 간판이 서있는 곳을 지나니 티맵 안에서 '생선구이 전문점'이란 문구가 나온다. 무조건 그곳을 찍었다. 200미터 인근이었다. 이도 쉽지 않았다. 건너편 200미터였다. 중앙분리대가 수백미터가 이어져 있어 한참을 가다 유턴을 해야 했다. 드디어 입성했다. 이곳은 대명항 입구 앞 대명휴게소내에 있는 '연해생선구이' 전문점이다.
5년전보다 가격은 약간 올랐다. 생선구이의 종류도 많다. 조기구이, 임연수구이, 갈치구이, 삼치구이, 고등어구이, 꽁치구이, 요즘이 제철이라는 전어구이까지. 구이가 싫다면 조림도 있다.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조기조림, 심지어 동태찌개까지. 살아있는 횟집이 아니니 모든 것을 굽는듯 가지가지 많다.
그때는 2인분에 공깃밥 추가해서 먹었지만, 오늘은 당당하게 모듬구이 3인분(3만6천원)을 주문했다. 워낙 생선구이를 좋아하신 탓에 효도 차원에서 과감히 질렀다. 돌솥밥과 함께 삼치, 고등어, 꽁치, 갈치, 조기, 임연수 등이 올라간다. 고등어와 삼치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갈치는 3명인데 불구하고 달랑 한토막 나온다.
서해안 출신이라 회보다는 해산물쪽을 좋아하시고, 구이를 더 선호하시는 부모님이다. 코로나19 탓에 오랫동안 바깥 거동을 하지 않아 갑갑해 하셨던 터라 더욱 입맛이 도는 모양이다. "맛나다"라는 말을 연실 내뱉으며 밥보다는 구이를 더 드신다. 한나절 시간을 내면 나올수 있는 가까운 곳임에도 자주 나오지 못한 죄송함이 밀려 온다.
생선구이 바닥을 보고 한토막 포장까지 마치고 대명항 둘러보기를 시작했다. 강화와 가까우 탓에 강화 순무가 빼꼼히 가을 무임을 외치고, 젓갈류, 꽃게, 각종 어류가 싱상하게 물이 올라 있다. 오늘은 바닷바람도 시원했고,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