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장애인연금,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1/05/07 [06:31]

춤추는 장애인연금,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최충일 사회복지전문위원 | 입력 : 2021/05/07 [06:31]

- 장애인연금공단 성남지사와 성남시의 안일한 행정처리, 그 위를 걷는 장애인들

 

[분당신문] 장애인연금은 사회보장제도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간단하지 않다. 소득 자격과 장애심사 이 둘을 충족하지 않으면 장애인 연금 대상이 될 수 없다.

 

지난 2020년 11월 30일, 성남시내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연금 신청을 위한 소득 자격을 얻 고자 심사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2021년 3월 9일 장애 심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 한달 간 소식이 없어 분당구청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걸었다. 

 

▲ 소득 심사 적합 판정 이후 장애인 연금법상 중증장애인으로 인정, 장애인연금 대상자로 결정됐다는 통지서다.

 

“죄송합니다. 행정 착오로 장애인연금 대상자가 아닙니다.”

 

당연한 듯이 말하는 공무원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통지서만 3번, 적합 판정이라 해놓고, 기다리다 결과가 늦어져 전화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란다.

 

“행정 착오가 무엇인가요?”

 

“국민연금공단 심사 번호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전화상으로 설명하지 마시고, 어디가 어떻게 착오가 된 것인지 절차상 행정착오라고 인정한 부분을 서류로 보내주세요.”

 

불쾌했다. 장애인 연금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반응에서 더 불쾌했다. 나는 그것이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지만, 행정착오가 무엇인지 제대로된 설명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저는 장애가 심해지거나 장애가 추가돼서 장애 심사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장애인 연금을 목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적합하지 않다고, 척추 장애 진단 만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니. 애초에 이럴 것이면 제가 뭣하러 장애 심사를 받았겠습니까?”

 

“저희는 접수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설명할 책임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그 행정 착오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왜 그것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지 않는 것입니까? 설령 제가 장애인연금 대상자가 아니라 해도 적합자라 해놓고 행정착오라 한 것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역할 아닙니까?”

 

내가 원하는 답은 “장애인연금 대상자로 인정하겠다”가 아니라 인정되지 못한 시스템과 처리 과정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제와 연금 달라는 것 또한 올바른 자세가 아님을 안다.

 

▲ 장애인연급 미지급 통지서에는 행정착오에 관한 내용은 없고, "수급자격 심의결과, 수급자격 미인정"이라고만 쓰여 있다.

1989년 하지 기능 진단에 따른 지체 2급 장애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인정한 장애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척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나의 하체는 움직임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고, 나의 장애는 ‘골형성부전증’ 이라는 희귀질환에 따른 장애였기 때문에 지금의 하지기능은 중증장애로 통용되지 않았다. 나의 장애는 척추가 아니면 장애인 연금법상 중증장애인이 될 수 없었다. 애초에 나에게 척추장애 진단이 중증장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는 장애인 연금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치사하게, 또는 떼 쓰는 아이처럼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장애인연금법 상의 심사가 그렇다면 이제와 적합하지 않다고, 그것도 전화상으로 설명하는 성남시 공무원의 부적절한 태도가 화가 나는 것이다.

 

나에게 장애인 연금이란 사회보장제도로서 최소한이다. 국가가 정한 최소한을 정하는 공무원들이 행정착오라고 인정하면서도 서류상으로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신청 서류에 적힌 830000-1XXXXXX 최충일이 적합하지 않은데 실수로 인정된 중증 장애인이었다가 지금은 아닌 장애인으로 되버린 것이다.

 

이 의미는 나에게 꽤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가가 나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인정하고 안하고가 꽤나 하찮은 실수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나를 처음 본 것처럼 ‘인정 안함’ 이라고 표현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적 약자다. 약자가 왜 사회적 약자인지 증명하는 것이 누군가의 오류로, 그리고 그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라면 나는 누구에게 하소연 하리.

 

잘못을 덮으려는 이들에게 그 동안 제출한 서류와 통지서, 문자내역 등을 준비했다. 날짜별로 정리해봤다. 피곤하다.

 

"수급자격 심의 결과 수급자격 미인정", 난 이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왜 "미인정"인지 당신들이 말한 행정착오가 무엇인지 공식적인 답볍을 듣고 싶을 뿐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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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2021/05/08 [20:25] 수정 | 삭제
  • 성남시 공무원들의 민낯이 드러나는군요. 화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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