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판교시'라구요? 도시명칭 변경, 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라

김생수 기자 | 기사입력 2022/03/29 [10:10]

[6·1 지방선거] '판교시'라구요? 도시명칭 변경, 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라

김생수 기자 | 입력 : 2022/03/29 [10:10]

- 분당독립시 문제를 시작으로 분당 분구, 그리고 성남·광주·하남통합까지… 명칭 결정에 있어서 늘 갈등 보여와

 

▲ 최만식 예비후보가 출마기자회견에서 도시 명칭변경 문제를 들고 나왔다.

 

[분당신문] 성남시는 2022년 2월말 현재 인구는 93만73명으로 수정구(23만5천616명), 중원구(20만9천991명), 분당구(48만5천124명)로 나눠져 있다. 1973년 경기도 광주에서 처음 성남시가 분리됐고, 이후 1989년 5월 수정구청, 중원구청이 생겨났다. 1991년 9월에는 성남시 중원구에서 분당이 분구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분당이 분구되는 과정에서 '분당독립시'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실제로 한 정치인은 이를 이슈로 당선되기도 했다. 분당과 수정·중원(신구시가지)의 갈등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분당주민들은 "자기들 세금을 걷어서 구시가지에 사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시의회에서도 정당보다는 신구시가지 의원간에 편이 갈렸다.

 

특히, 학생들의 고교 진학에 있어서도 학군 조정문제와 고교평준화 문제 등으로 경찰서가 점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상도와 전라도 갈등보다도 성남시에서는 신구시가지 갈등이 더 큰 문제였다. 

 

한 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성남시란 명칭을  '한성시' 또는 '남서울시'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97년 민선 초대 오성수 시장 때 일이다. 성남시란 명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있으니, 이름을 바꾸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분위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이었기에 수포로 끝났다.  

 

2008년에는 분당·판교 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했다. 급격한 판교 인구의 증가로 분구 추진이 불가피해졌고, 시는 '분당 북구'와 '분당 남구'로 나눈다고 시의회에 청취안을 상정했다. 당연히 판교 주민들은 반발했다. '판교구'가 아닌, 분당 명칭 사용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갈등 속에서 끝내 그해 12월 분구 신청안에 대해 당시 행정안전부가 불승인 처리하면서 일단락됐다.   

 

- 시승격 50주년 맞아 성남시 명칭 변경 논란으로 소용돌이에 빠져

 

이어 곧장 찾아온 것이 성남·광주·하남통합시 논란이었다. 실제로 통합시출범준비단이 구성됐고, 2010년 2월에는 통합시 명칭을 공모하기도 했다. '한성', '위례', '광남', '한주' 등의 명칭이 등장했으나, 전체적으로 '한성'이라는 이름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성은 백제 온조왕에서 문주왕 원년까지 한성 백제시대 서울의 이름이었다. 이 때 통합준비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현 김대진(당시 성남시의회 의장) 성남문화원장이다. 하지만, 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면서 통합시 명칭도 물거품이 됐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 내년이면 시승격 50년을 맞이하는 성남시가 또 한번 도시 명칭을 가지고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그 과제를 던진 핵심 인물은 최만식 성남시장 예비후보다.

 

그의 기본 정책 구상을 살펴보면 우리가 50년 이상, 30년 이상 써왔던 기존의 명칭을 싹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성남시 명칭을 '판교시'로 바꾸고, 현재 수정·중원·분당구로 되어 있는 3개구 체계를 분당구, 판교구, 위례동구, 위례서구 등 4개구로 재편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런 제안 배경에 대해 최 후보는 "시승격 50주년인 2023년에 맞춰 도시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시민통합과 도시브랜드 강화를 위해 도시 명칭을 바꾸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도 "과연 파격적인 공약에 대해 시민통합이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지역 정가 및 시민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라는 우려도 내비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논란을 만들었던 분구 또는 통합시, 도시 이미지 등을 이유로 내걸었던 명칭 변경 문제는 단 한번도 통과되거나 성사된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 후보가 내건 도시명칭 변경문제 공약은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고, 기존 성남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파격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 '성남'이라는 이미지와 섞이기 싫어했던 분당, 판교, 위례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반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판교라는 명칭을 사수하기 위해 분당 야탑까지 '판교로'라고 길 이름을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도시 이름이 곧 신도시 명품으로 연결되는 추세이니 이 또한 기존 성남에 섞이기 싫어하는 부류에게는 또 하나의 호 재로 작용할 지 모른다.  

 

하지만, 도시 명칭은 역사성과 미래성,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시민의 자존감마저 담고 있기에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서는 안된다. 왜 '판교'가 기존 성남을 대표하는 명칭이 되어야 하는지, 획일적 편리성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성의 남쪽' 즉 '성남'이 아무런 탄생 배경 없이 만들어진 명칭이었는지, 이름을 바꾸면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판교' 말고 더 광범위하게 도시를 표현할 말은 또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최 후보는 단정짓고  '판교시'라고 명칭을 내걸지 말고, 성남시 명칭 변경을 전체 시민이 원하는지 의견부터 물어야 할 것이다. 그 것이 올바른 지방자치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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