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창 사장 "맛과 분위기, 그리고 명성을 그대로 옮기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분당신문] 지금으로부터 31년전인 1991년 2월 구 성남시청(현 성남시의료원) 정문 아래 개업한 ‘서문 일식’. 당시만해도 일식보다는 횟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고급 음식점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고급스런 분위기이지만, 막상 찾아가면 부담없이 일식을 접하도록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30년 전의 젊은 요리사이면서 대표였던 안기창 사장도 어느새 지난 온 세월과 함께 성남의 역사로 남아 '서문 일식'이라는 브랜드는 '성남 노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성남시청과 맞붙은 탓에 공무원과 기자, 그리고 바로 옆 성남시민예술회관이 있어서 예술인들이 많이 찾아 오곤 했다.
그런데, '서문일식'이 작년에 1억5천여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공사까지 마쳤는데, 얼마전 건물주가 갑자기 바뀌면서 30여 년동안 운영하던 곳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시청앞 서문일식'이라는 공식을 버릴 수는 없었다. 이전보다는 협소하지만, 성남시의료원 정문 건너편 2층으로 급하게 옮겼다. 비록, 장소는 예전보다 좁아졌지만 맛과 분위기, 그리고 명성을 그대로 옮기는데 최선을 다했다.
30년 전통의 '서문 일식'의 가장 큰 특징은 홀과 룸 등에 그림으로 담아낸 분위기다. 2층 입구에는 일식 요리사가 열심히 회를 뜨는 그림이 반긴다. 변치 않는 대나무와 같이 오랫동안 열심히 한 길에 종사해왔음을 표현하고 있다. 들어서면 일본풍의 색깔과 화법으로 싱싱한 활어가 뛰어놀고, 연분홍빛 매화가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면 방방마다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두번째는 바로 음식의 맛과 질이다. 개업이전에 요리 경력까지 포함하면 한 평생 요리에 몸 받친 전문 배태랑 요리사가 내놓은 메뉴는 간단하면서도 생선회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도록 쫌쫌하게 담아냈다. 다만, 가격에 따라 서문코스회(5만원) 특선코스회(7만원), 스페설코스회(9만원)으로 나뉠 뿐이다.
코스회는 전복죽, 문어, 소라,새우, 참치 등을 담아 본격적인 회를 맛보기 전에 입맛을 돋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자연산 광어 또는 광어, 감성돔, 우럭, 도미, 참치 등을 가지수에 따라 담아내는 '서문 일식'만의 대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회는 싱싱함도 필요하지만, 요리사의 칼질에서도 나온다. 쫄듯하지만, 담백한 맛을 지녔다. 어떤 때는 고소하면서 씹는 맛을 주기도 했다. 생선 각자가 지닌 자태를 그대로 폼내고 있으니 천천히 오래 씹으면 깊은 맛이 배어 나기도 한다.
코스요리의 백미는 다양함이다. 생선회에 이어 요리사의 기술이 담겨진 초밥이 나오고, 기름에 적당히 튀겨서 재료 본연의 맛과 튀김의 향까지 섞여 고소함을 극대화 시켜낸 튀김과 입안에서 터지는 날치알과 무순이 김에 쌓여 소복히 담겨서 나오는 날치알 마끼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물론, 참치회를 원할 때는 서문참치회, 특선참치회, 스페셜참치회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점심 때는 코스 요리는 광어, 우럭, 전복, 도미, 방어, 도다리, 참치 등을 적당히 채워 이보다는 저렴하게 2만8천원에서 3만8천원에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평일 점심 때만 판매하는 점심특선은 2만원대로 생선회, 생선초밥, 매운탕(지리) 등으로 나오기 때문에 느긋하게 즐겨도 좋다.
성남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명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서문일식'이 존재했던 이유는 멋과 변치 않는 서비스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연이은 건물 이전 등 시련을 있었지만, '서문 일식'을 찾는 손님들이 있기에 힘들지만 명성을 이어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