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보호구역과 골프장의 '위험한 동거'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보호구역 주변에 골프장 건설

유일환 기자 | 기사입력 2011/10/20 [10:06]

천연기념물 보호구역과 골프장의 '위험한 동거'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보호구역 주변에 골프장 건설

유일환 기자 | 입력 : 2011/10/20 [10:06]

   
▲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 해안사구 보호구역내 720,433㎡(218,300여평) 면적의 골프장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 해안사구 보호구역내 72만433㎡(21만8천300여평) 면적의 골프장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골프장은 천연기념물과의 거리는 불과 120m로, 일반적인 천연기념물 보전을 위해 설정된 500m내 행위제한구역에 조성된다. 또한 골프장이 국토해양부의 해양생태경관보전지역(2002년), 그리고 최근에는 태안해안국립공원(2010년)으로 지정된 곳과 근접해 있어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두리 해안은 지난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각종 보전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여 최우선 방재작업지역으로 선정된 곳이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신두리 해안을 찾아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하여 생태계의 신속한 복원을 염원하였다. 하지만 해안과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지역에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진 골프장 건설이 추진됨에 따라 국민적 정서와 부합되는 사업인지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사업시행자인 T기업과 H기업은 1천3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2년까지 20홀(회원제 18홀, 예비 2홀)규모의 '태안 웨스트비치 CC'조성을 위해 현재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김홍남, 양병이)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여,  해안 생태계를 훼손하고 기름 방재작업에 참여했던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골프장 추진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금강유역환경청은 기름유출 사고 이후로도 골프장 사업 재승인

신두리 해안의 골프장은 지난 2001년부터 사업주와 자치단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 2004년에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와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전환경성검토까지 승인받았었다. 문제는 사업이 중단된 이후, 2007년의 기름유출 사고를 겪은 후에도 동일한 사업에 대해 문화재청은 현상변경 재허가(2010. 10)를, 금강유역환경청은 사전환경성 검토 동의(2011.4)를 재차 결정한 것이다. 2007년 신두리 해안지역을 최우선 방재지역으로 선정해 놓고도 환경오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골프장을 두 차례 씩이나 인허가 해준 것이다.

재허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0년 9월 14일에 현상변경 요청을 접수하였고, 보름 남짓 지난 10월 1일에 초스피드로 현상변경을 허가해 준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기름유출 피해 지역이었던 신두리 해안일대를 방문하여 별도의 조사작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금강유역환경청 역시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신두리 해안의 생태계 오염이 골프장 건설로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사전환경성 검토에 대한 동의결정이 내려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사전환경성 검토 역시 2011년 3월 24일 접수된 내용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21일에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단체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졸속적인 검토와 동의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름유출 사고 이후, 신두리 해안의 변화된 환경과 국민정서를 고려, 관련기관이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골프장과 천연기념물의 위험한 동거는 가능할까?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사업자측의 주장대로 골프장이 천연기념물에 전혀 무해하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다.

우선, 천연기념물과 불과 120m 인접한 곳에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살포되는 농약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구주변의 곤충과 동물들의 멸종 및 변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골프장과 인접한 지역에는 서식하는 `표범장지뱀’ 등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파충류의 생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약 살포는 또한 물이 잘 빠지는 골프장의 지질 특성상 인근 하천과 해양생태계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인근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바다에 서식하는 수상생물의 지방에 축적된 맹독성 농약 잔류 성분은 먹이사슬 상층부의 포식자에 과다하게 농축되어 멸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해안사구 전체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골프장 조성을 위하여 매립에 이용한 외부의 토양이 수로를 통해 해안지대에 유입되어 해안사구지대에 점토지대가 형성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외부 토양에 섞여있는 육상식물 종자에 의해 해안사구의 생태계가 적지 않은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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